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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그 벌거벗은 임금님
사법개혁국민연대 기사입력  2004/04/21 [13:00]

한국언론은 매우 민감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외신을 즐겨 인용하곤 한다. 특히 일부 보수언론은 선별적으로 선진국 보수언론의 보도내용을 소개해왔다. 이같은 행태는 김대중정부 출범이후 대(對)정부 공격을 위한 효과적 수단의 단골메뉴다.

영국의 보수적 유력지 더 타임스 14일자 사설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보수언론에 외면당했다. 그래서 더욱 그 내용은 궁금하고 흥미롭기까지 하다. 한국의 17대 총선 하루 전에 나왔으니 활용가치로는 매우 높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방향이었다. ‘탄핵할 수 없는 논리, 한국야당은 응징받을 각오를 해야한다’라는 제목의 이 사설일부는 다음과 같다.

“내일 한 쟁점이 한국의 총선결과를 결정하게 된다. 그 쟁점은 지난달 야당에 의해 가결된 노무현대통령 탄핵소추다. 탄핵가결에 대해 한국민은 크게 격노했다. 그동안 국회의 이 희극적 행태에 대한 분노가 국민생활을 지배했고 정부의 정책결정을 마비시켰다… 분개한 것은 단지 탄핵으로 나라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믿기 때문만은 아니다. 야당의 언어도단적 위선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더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법 하다. 선진국 보수언론의 논평이니 토를 달 일도 아니다. 그 총선의 결과도 이미 나왔다. 그 결과를 놓고 한국언론들은 정치적 황금분할이라고 보도한다. 그 평가도 주목할만 하다. 50년만에 보수·우익의 독점구조가 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 여대야소(與大野小)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이야말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여러가지 예상도들이 그려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여기부터다. 언론은 물론 논자들마다 나서 앞으로 상생(相生)과 통합의 정치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민생(民生)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지당하다. 감히 누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그런데 탄핵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 말이 갈린다. 한쪽에서는 탄핵철회가 우선이라며 결자해지를 강조한다. 또 다른 쪽은 ‘법대로’를 앞세워 헌법재판소(헌재)에 맡기라고 외친다.

열린우리당이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새삼 탄핵철회론을 먼저 들고나온 것은 속보이는 일이다. 그들은 탄핵반대 여론으로 치솟은 지지도에 고무돼 표정관리에 신경을 쓰다 정책개발은 고사하고 엉뚱한 노풍(老風)으로 발목을 잡혔다. 거야부활론을 호소하며 한숨 돌리자마자 총선결과를 주도권 확보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나라당은 아직 미몽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총선결과에 대해 “승리라곤 할 수 없지만 패배도 아니다”는 공식논평이 나왔으니 그 오만함의 정도를 짐작할만 하다. 국민 앞에서 사죄하며 흘리던 눈물은 거짓 ‘악어의 눈물’이었던가. 여야대표 회담과 관련, 탄핵 얘기면 안되고 민생문제면 된다는 의도를 모를 바 아니다. 그것 역시 구차한 위선이다.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대화를 명분으로 삼아 이득을 취하려는 정략적 구태의 전형이다. 탄핵이든 민생이든 중요 현안을 조건없이 다루는게 대화의 출발이 될 것이다. 물론 여야간 탄핵문제의 원만한 해결은 상생정치의 필요조건이 되고 있다. 그 순환논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탄핵정국의 고리를 시급히 풀어야 한다.

이번 총선의 최대 쟁점은 탄핵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오죽하면 지구 저편의 보수언론도 그런 결론 아니었던가.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면 정치권의 탄핵에 대한 해결이야말로 상생의 출발이자 바람직한 사회통합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헌재의 결정 역시 대법원 판결과는 달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탄핵의 모습은 총선결과 이미 모든게 드러난 알몸이 되고 말았다. 그 벌거벗은 임금님의 ‘없는 옷’을 헛되이 묘사하는 논쟁이야말로 상생 아닌 상극(相剋)의 논리다. 탄핵민의(民意)는 더이상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급선무는 정치권의 결단이다. 현실적으로 헌재의 결정에 앞서 여야의 대타협이 도출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한국정치의 최대공약수가 될 것이다.

[문화일보] 김광원 / 논설위원

 
기사입력: 2004/04/21 [13:00]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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