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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업고 촬영장 누비던 첫 여성 영화감독 그리다
아기 업고 촬영장 누비던 첫 여성 영화감독 그리다
사법연대 기사입력  2021/01/17 [22:29]

아기 업고 촬영장 누비던 첫 여성 영화감독 그리다

오수현 입력 2021. 01. 17. 16:42 수정 2021. 01. 17. 20:54
       
음악극 '명색이 아프레걸'
1955년 영화 '미망인' 만든
박남옥 삶과 예술 담아
고연욱 극본·김광보 연출
창극단·무용단·국악관현악단
3개단체 10년만에 한 무대

영화촬영장에서 아기를 업고 있는 박남옥 감독. [사진 제공=이경주]

영화촬영장에서 아기를 업고 있는 박남옥 감독. [사진 제공=이경주]
영화 '미망인'(1955년)의 촬영 현장을 담은 사진을 보면 아기를 업고 있는 한 여인 모습이 나온다. 다름 아닌 미망인의 영화감독 박남옥(1923~2017)이다. 한국 최초 여성 영화감독으로 생후 6개월 된 아기를 업은 채 촬영에 임했다.

수많은 배우와 스태프 밥까지 손수 차리며 현장을 누볐다. 그는 훗날 인터뷰에서 "영화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예술을 논했지만, 막상 영화 제작에 들어가니 아이를 업고 기저귀 가방을 들고 반년을 미친년처럼 이리저리 뛰며 보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에게 영화는 단순한 자아실현이나 직업을 넘어 치열한 삶 그 자체였다. 여성 감독이라는 이유로 차가운 차별의 벽 앞에 서야만 했다. 녹음실에선 녹음을 거부하기 일쑤였고, 상영관을 잡기도 쉽지 않았다. '미망인'은 흥행 실패로 당시 3일 만에 내렸다. '미망인'은 박남옥이 남긴 단 한 편의 작품이다. 그는 절박하고 절실하게 이 영화를 만들어 나갔다.

박남옥의 삶을 다룬 음악극 '명색이 아프레걸'이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오른다. 극본은 작가 고연옥, 연출은 김광보가 맡았다. 고연옥과 김광보는 지난 20년간 20여 편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며 시대적 문제의식을 담아내면서도 재미를 잃지 않는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프레걸은 6·25전쟁 이후 새롭게 등장한 여성상을 일컫는 당시 신조어다. 봉건적 여성상에 얽매이길 거부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을 지칭했다. '명색이 아프레걸'은 아이를 낳고 사흘 만에 영화관을 찾은 박남옥의 노래로 시작한다. '미망인'의 제작 현장과 영화 속 장면, 그의 학창 시절을 넘나들며 극이 진행된다. 전후 비극적인 사회 분위기와 이 가운데 새롭게 나타난 여성상을 바라보던 당시 분위기가 입체적으로 전달된다.

고연옥 작가는 "박남옥 감독이 촬영장에서 아이를 업고 있는 사진이 지금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며 "현재 여성들도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많다"고 말했다.

'미망인' 후반부는 소실돼 결말을 알 수 없다. 고연옥 작가는 상상력을 발휘해 '미망인'의 결말을 선보인다. '명색이 아프레걸'을 페미니즘 작품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인간의 숭고한 정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남옥의 도전 이후 30여 년이 지난 1980년대 들어서야 2세대 여성 영화감독인 이미례, 임순례가 등장했다. 박남옥의 도전이 영화계 내 견고한 유리천장에 작은 균열을 냈고, 수십 년이 지나서야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공연에는 국립극장 3개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이 모두 참여한다.

3개 전속단체가 한 무대에 오르는 것은 2011년 '화선 김홍도' 이후 10년 만이다. 박남옥 역을 맡은 이소연을 비롯해 김지숙·이광복·민은경·김준수·조유아·유태평양 등 국립창극단 간판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국립무용단 수석 단원 장현수가 협력 안무를 맡았다.

[오수현 기자]

▲     ©사법연대

 


 
기사입력: 2021/01/17 [22:29]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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