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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조리 꿰뚫어 온 ‘봉테일‘···‘밥때‘도 정확히 지켰다
사회 부조리 꿰뚫어 온 ‘봉테일‘···‘밥때‘도 정확히 지켰다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9/05/27 [07:15]

사회 부조리 꿰뚫어 온 ‘봉테일‘···‘밥때‘도 정확히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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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72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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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으로 칸국제영화제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 봉준호(50)는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렇게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저는 12살 나이에 영화감독 되기로 마음먹은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손에 만질 날이 올 줄 상상도 못했다”.

경향신문

봉준호 감독의 외조부인 소설가 구보 박태원은 1930년대 대표적인 모더니스트 작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 예술가 집안 막내 아들

봉 감독은 1969년 9월14일 대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한국 1세대 그래픽디자이너’로 불리는 고 봉상균씨(1932-2017)다. 국내 디자인 산업을 이끌뿐 아니라 서울과학기술대 등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은 봉씨는 2012년 한국 디자인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디자인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막내 아들인 봉 감독은 역시 그림·디자인에 뛰어나 <기생충>을 비롯한 본인의 영화 스토리보드를 직접 그린다. 스토리보드는 각 장면이나 컷이 어떻게 카메라에 담길지를 공유하기 위해 촬영 전 미리 만화처럼 그리는 것을 말한다.

봉 감독의 외할아버지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작가로 잘 알려진 구보 박태원(1909-1986)이다. 유명 감독들 대부분이 그렇듯 봉 감독 역시 시나리오를 직접 쓴다. 봉 감독의 영화는 대사가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작은 대사에도 상징과 의미, 사회를 통찰하는 촌철살인이 담겨 있어 흘려들을 수 없는 대사들이 많다. 대사만큼 봉 감독 영화에는 아주 작은 소품부터 배우 행동까지 의미를 담는 정교함, 섬세함이 담겨 있어 칭찬의 의미로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그러나 정작 봉 감독은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좋아하지 않는다”(<기생충> 공식 기자회견)고 말했다.

경향신문

영화 <플란다스의 개>의 한 장면. 시네마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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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된 떡잎

봉 감독은 1988년 연세대 사회학과에 들어갔다.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은 이때 다듬어졌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1990년대 ‘한국영화의 산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영화진흥위원회 산하 교육기관으로,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허진호·임상수·김태용 감독 등도 이곳 출신이다.

봉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 <지리멸렬>(1994)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리멸렬>은 3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로, 교수·언론사 논설위원·검사 등 사회 주류층을 비판적으로 그린 블랙코미디 영화다. 봉 감독은 골목·지하실 등의 좁고 막힌 공간을 극의 긴장을 높이고, 관객의 몰입도를 증가시키기 위해 영화에 자주 활용하는데 <지리멸렬>도 마찬가지다.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는 엉뚱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봉 감독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화로, 해외 영화제에서 여러 상을 수상했다. 봉 감독은 이어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 <날 보러 와요>를 각색한 <살인의 추억>(2003)과 ‘한강에 어떤 괴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한 <괴물>(2006), 두 영화를 통해 박찬욱·김지운과 함께 200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의 반열에 오른다. 특히 봉 감독은 세계 영화사에 현존하는 몇 안 되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감독으로 분류된다.

경향신문

<설국열차>의 한 장면. CJ ENM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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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 실패, 부활

<마더>(2009)에서 다소 난해한 시도를 했던 그는 이후 안주하지 않고 세계 무대에 도전한다. ‘캡틴 아메리카’로 유명한 배우 크리스 에반스와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틸다 스윈튼 등이 주연한 <설국열차>는 빈부격차로 인한 계층·계급간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비슷한 소재인 <기생충>을 처음 구상한 것도 이때였다. 그러나 화려한 배우진과 비주얼에도 평단에서 전작들에 비해 그다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어 연출한 <옥자>(2017)도 아쉬움을 낳았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긴 했지만, 좋은 평을 받지는 못했다. 미국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투자·배급한 영화라 극장 상영을 두고 화제가 됐다.

<기생충>(2019)은 다소 주춤하던 봉 감독의 부활, 아니 진화 또는 완성을 보여주는 영화다. <기생충>은 작품성·예술성은 물론 대중성 면에서도 매우 잘 구성된 영화다. ‘봉테일’로 대표되는 디테일에 세련됨을 더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우리가 보아왔던 그 어떤 전작보다, 웃음은 더 어두워졌고, 분노의 목소리는 더 사나워졌으며 울음은 더 절망적이다. 봉준호가 돌아왔다. 가장 뛰어난 형태로”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

감독 봉준호.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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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교한 봉준호 세계

“‘봉준호 세계’는 모두 계산돼 있고, 정교하게 구축돼 있어 배우 입장에서는 편하게 접근한다. 꼭 필요한 것만 하게 한다. 필요 이상의 안 좋은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 특히 밥 때를 정확하게 지킨다. 굉장히 행복한 환경에서 일하도록 조성해준다”(배우 송강호). 시나리오는 물론 스토리보드까지 직접 그리는 봉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미리 머릿속에 담고 연출하는 타입이다. <기생충>은 스태프들과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주 52시간 등 노동 규정을 모두 준수하고 만든 영화다.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한 것도 영화 속 세계가 그의 머릿속에 완벽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디테일한 디렉팅을 할 수 있는 것도 봉준호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화하며 메모하는 장면에서 봉 감독이 ‘연교는 펜을 쥘 때 검지를 조금 훨씬 더 구부려 쥘 것 같다’며 디렉팅(연기 지도)을 줬고, 나도 생각해보니 그럴 것 같았다. 봉 감독의 디테일한 디렉팅은 실존 인물처럼 느껴지게 한다”(배우 조여정). 디렉팅만큼 배우에 대한 배려도 디테일한 편이다. 아역 배우들이 빨리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그들이 나오는 장면을 우선적으로 촬영하고, 야외 장면에서는 아역의 건강을 고려해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했다. 또 배우들에게 디렉팅을 할 때 마치 빙의가 되듯 봉준호 세계에서 소환해 시범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배우들은 전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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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27 [07:15]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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