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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만나고 싶었습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9/12/08 [05:56]
[만나고 싶었습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프로파일 대한법무사협회 2017. 1. 4.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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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대표도 정관도 없어요,
하지만 뭐가 문제죠?
장충동 인권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오창익 국장은 역시나 에두르는 법 없는 특유의 화법으로 인권연대의 활동상과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날의 이야기를 풀어 본다.


남들이 하는 일은 안 한다, 우리 활동이 메시지! 

Q. 국장님을 통해 인권연대를 알게 됐지만, 이렇게 직접 뵈니 어떤 단체인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A. 우리 단체는 다른 단체들과는 다른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조직의 대표가 없고요, 일체의 회칙이나 규약, 정관이 없어요. 시민사회 활동이 대표 한 사람으로 치환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인물보다는 우리가 추구하는 활동의 메시지가 부각되었으면 한다는 생각에서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의 운영 방식을 따왔죠. 사파티스타에는 부사령관은 있지만 사령관이 없어요. 우리의 사령관은 ‘민중’이라는 거죠.

대표가 없으니 우리는 사무국 활동가들과 운영위원들이 모여서 필요한 사안을 논의하고 결정해요. 정관이나 규약이 없는 것도 늘 현재의 상황에 열려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데, 창립 때 만든 약속에 매여 있지 말자는 거죠. 국가로 치면 헌법이 없는 건데, 불문헌법의 나라도 있는 거니까요. 논의하고 협의해서 지금 필요한 일을 하는 게 중요하고, 합의가 안 되면 할 일은 많으니 다른 일을 하면 되고, 특별한 문제는 없어요.


Q. 발상 자체가 독특하고 신선하네요. 그렇게도 조직 운영이 가능하다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

A. 다른 단체들과는 조금 문법이 다르죠. 기업이나 정부에서 주는 돈은 지원금이든 보조금이든 일절 받지 않고, 행자부 프로젝트 같은 것도 일절 하지 않아요. 재정적으로 완전히 독립해 있고, 시민들이 1만 원씩 내는 회비를 바탕으로 없으면 없는 대로 운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남들이 하는 일은 하지 않아요.시민사회나 인권 분야에 수많은 의제가 있지만 손도 못 대고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거든요.남들이 하는 일을 하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전체 차원에서는 훨씬 유익하다는 생각인 거죠.

또 하나, 우리는 뭘 하든 한번 하면 끝까지 해요. 팔레스타인 문제가 터져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캠페인을 한다고 하면, 우리는 매주 한 번씩,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꼬박꼬박 100번을 하죠. 미얀마민주화시위도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매주 100번을 넘게 했고요. 우리 사회는 단박에 뜨거워지지만 꾸준히 하는 걸 잘못하잖아요. 하지만 세상은 단박에 바뀌는 법이 없어요.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꾸준히 쌓아 가면서 토대를 튼튼히 해야 비로소 변화하고 발전하는 거죠.

저는 간디가 “내 삶이 내 메시지다”라고 한 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그렇지 않나요? 우리 삶이 곧 우리의 메시지죠. 우리 활동이 곧 우리의 메시지고. 우리는 그런 메시지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환형유치자 인권 위한 ‘장발장법’ 입법화

Q. 아주 인상적인 말씀입니다. 그간 인권연대가 해 온 많은 활동이 있을 텐데, 주로 어떤 활동에 역점을 두고 일해 왔는지 소개해 주세요.

A. 우리는 창립 때부터 두 가지를 열심히 해 보자고 했어요. 하나는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 감옥, 군대, 이 5가지 국가기관에 대한 감시활동을 하겠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이 “기역”자로 시작되는 딱딱한 국가기관들이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인권 교육을 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자, 그리고 이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구조하자는 것이었지요.

예를 들면 2000년 초에 교도소에서 수형자 사망사건이 계속 일어났는데, 그때 수형자 인권 개선에 대해 지적하면서 감옥 안의 온도를 높이거나 변기를 가려 주는 가림막의 높이를 올리는 것 같은 아주 구체적인 감옥환경 개선을 위한 운동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교도소에는 자유형 집행만이 아니라 벌금형을 받았는데 돈을 내지 못해 노역을 하러 들어오는 환형유치자들이 엄청나게 많더라는 거예요. 다른 수형자들과 달리 환형유치자 분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도 잘 마주치지 않으려고 해요. 죄를 지어 감옥에 온 것보다 돈이 없어 감옥에 왔다는 것이 더 수치스럽고 모멸감이 크기 때문이죠.

그래서 벌금제도 개혁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자유형에는 집행유예제도가 있는데 왜 벌금형에는 없는가, 왜 벌금은 한 달 내에 현찰로 완납해야만 하나, 분납은 안 되나, 분납은 왜 선처고 혜택인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는 또 왜 안 받아 주나, 그리고 유럽처럼 건강보험 내듯이 소득이나 재산 수준에 따라 벌금을 내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은가? 이런 고민들을 하면서 필요한 개혁과제들을 찾아내고, 캠페인을 통해 여론을 모았지요. 그래서 작년에 절대 안 고쳐진다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Q. 일명 ‘장발장법’이죠? 벌금형에 집행유예제도가 도입됐다 해서 저희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법률가들을 설득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A. 맞아요. 당시 법률가들이 하나같이 그러는 거예요. 벌금형은 단기자유형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니 벌금형은 봐주는 거다, 봐줬는데 뭘 또 봐주나, 돈 못내면 환형유치가 자연스러운 거지.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지난해 돈이 없어 환영유치로 감옥에 간 사람이 4만 7800명이에요. 진짜 나쁜 놈들을 감옥에 가두는 건 징벌적 효과가 있겠지만, 오로지 가난 때문에 감옥에 갇히는 게 대체 무슨 효과가 있을까요?

요즘은 노역도 없고 들어가면 그냥 감옥에 앉아 있다가 나오는 건데, 4만 명 밥도 먹여야 하고 그 교정비용만 해도 엄청납니다.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고, 현실적으로 볼 때 벌금형 도입의 취지가 없잖아요.

경범죄부터 해서 과태료로 행정벌을 주면 되는 걸 굳이 형사로 처벌하는 게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니 벌금형 선고받는 사람만 한 해에 100만 명쯤 됩니다. 그중 60만 명이 운전과 관련된 건데, 운전하다 깜빡 잘못해 중앙분리대라도 박으면 공용물손괴죄로 벌금 300만 원 나와요. 요즘은 예비군훈련 한 번 안 가면 바로 100만 원이 나옵니다. 예비군훈련 못 가는 친구들이 대부분은 생계 때문인데, 당연히 환형유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더 딱한 건 한부모 가정이에요. 벌금 못 내 환형유치 되면 아이들은 대체 어쩝니까? 그냥 상황 자체가 지옥이 되는 거죠. 이런 고통은 그야말로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고통입니다.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않은 이런 고통을 왜 당해야 할까요? 법률가들이 이런 현실적인 고통은 보지 못하고, 오래전에 배운 형법 교과서의 도식만 되풀이하니 정말 설득하는 데 힘이 들었어요.

저는 간디가 “내 삶이 내 메시지다”라고 
한 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우리 활동이 곧 우리의 메시지고,
우리는 그런 메시지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인권교육을 받는 것도 인권

Q. 법률가들은 ‘인권’을 법률 해석 차원에서 보려고 해서인지 피부로 실감하는 ‘인권’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인권연대에서 생각하는 ‘인권’이란 무엇일까요?

A. UN에서는 “인권교육을 받는 것도 인권”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도덕이나 윤리를 배웠지만,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권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운 적은 없죠. 그런데 기본적으로 헌법 10조부터 37조까지는 조문을 좀 외우고 살아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헌법 32조 1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가 고용증진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냐고 물을 수 있어야 하고, 사람이 삼시 세끼만 먹는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고, 문화생활이나 노후대비도 해야 하니 그런 적정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냐고 물을 수 있는 시민이 되어야 하죠.
하지만 너도나도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니 개념도 없고 인식도 없고, 그러니 물어볼 수가 없는 거예요. 이런 상황이니 국가는 국민을 통제의 대상이거나 동원의 대상으로만 보는 거죠.

인권교육이 곳곳에서 촉진되어야 해요. 법무사협회도 매년 연수교육을 하실 테니 교과과정에 인권교육을 넣으면 좋겠어요. 경찰들은 경찰교육원 과정에 이미 인권교육을 정규과목으로 넣어서 하고 있거든요. 군대도 그렇고요.


Q. 법률적인 측면의 ‘인권 이슈’로 19대 국회에서 통과된 테러방지법이나 북한인권법을 둘러싸고 여러 사회적 논란이 있는데요, 인권연대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A. 테러방지법은 한마디로 비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테러 업무를 관장하겠다는 거잖아요. 모든 국가조직은 더 많은 인력, 예산, 권한을 가지고 싶은 욕구가 있고, 그렇다는 것은 알겠지만, 이건 너무 심한 거죠. 국정원이 911테러 났을 때부터 이 얘기를 집요하게 해 왔는데 결국 이겼죠. 검찰이 DNA법 만든 것도 20년이 걸려서 결국 경찰하고 손잡아서 이긴 거잖아요. 

인권연대에서 20년간 국가기관들하고 싸워서 이긴 게 없어요. 지금까지 전자주민카드 하나 겨우 막고 있는데, 우리 힘 때문은 아니고 행자부가 추진하려고 할 때마다 개인정보 관련 사고가 터져서 못 하고 있는 거고요. 그런데 이런 게 하나 만들어지면 관련 사업자들은 항구적인 매출을 보장받아요. 국민이면 누구나 소지해야 하니까. 그러니 행자부를 상대로 한 로비가 엄청날 수밖에 없죠. 아무튼 테러방지법 같은 건 애국심 때문이라기보다는 관료들의 욕망이 만든 법이라고 보고, 그건 북한인권법도 마찬가지예요.

인권연대에서 지금까지 한국으로 모시고 온 탈북자만 2백 명이 넘어요. 예전에는 이분들이 국정원의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위장 귀순 여부를 가린다는 명목으로 엄청난 인권침해를 당했어요. 우리가 그런 상황을 폭로하고 개선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나마 ‘하나원'도 만들어지고 정착교육과 자금도 주고 있습니다만, 현재 3만 명 탈북자들이 어디 가서 탈북자라고 말 안 합니다, 연변에서 왔다고 하지. 우리가 이런 수준인데 북한인권법 말할 상황이 아닌 거죠.


국민이 주도하는 배심제 형식의 사법개혁 필요해

Q. 2015년 OECD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도는 2013년 기준으로 조사대상 42개국 중에서 38위라고 합니다. 경찰의 공권력 남용이나 검찰권의 자의적 법률 적용, 법원의 양형차별 등에 대한 불만도 높은데, 인권운동가의 입장에서 국민들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A. 정운호 게이트나 검사 자살 사건 등 최근 터져 나오는 문제들을 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게 이 정도이니 속으로는 얼마나 썩었겠나 싶습니다. 경찰, 검찰, 법원 등 사법 권력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문명국가 중에서 우리 같은 국가경찰 시스템을 가진 나라는 없어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모두가 자치경찰제도거든요. 우리도 이제는 부산경찰이 서울로 데모막으러 오는 경우는 없어야죠. 자치경찰제 도입하고 경찰활동에 대한 민주적 시민통제를 해야 합니다.

검찰과 법원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처럼 검찰이 비대한 나라가 없어요. 영국 같은 나라도 검찰제도는 30년밖에 안 됐고, 수사권까지 가진 검찰도 별로 없죠. 검찰은 한 번만 기소하면 되는데, 고검이나 대검이 필요한지 의문이고요. 물론 범죄가 광역화하는 등의 문제가 있으니 대검에서 한 20명 정도 근무하는 거야 필요하다고 보지만, 고검은 폐지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대법원은, 우리가 깜짝 놀란 게, 양형위원회에서 벌금형을 다루지 않더라고요. 한 해에 5만 명 가까이 감옥에 가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법원이 이렇게 가난한 서민들에 대한 공명이 없으니 국민을 위한 사법행정이 어떻게 가능하겠어요?

저는 사법제도 개혁을 국민들이 주도하는 일종의 배심제로 결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매일 TV토론을 통해 개혁방향을 논의하고, 서명운동 같은 것으로 여론도 모으고, 모은 여론으로 다시 개혁방안을 보완하고. 그렇게 해서 우리에게 맞는 개혁모델을 만들어 가는 거죠.


Q.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아쉽지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리고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A. 시민들 입장에서는 가려운 등을 잘 긁어 주면 효자지, 효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법무사업계의 광폭행보를 기대합니다. 우리 같은 시민단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단체의 대표도 하시고, 시의원, 구의원,국회의원, 나아가 법무사 출신 대통령도 만들겠다는 적극적인 목표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어디를 가든 눈에 띄어 쉽게 만날 수 있는 법무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 진행 | 방용규 『법무사』지 편집위원장, 박형기 편집주간


 
기사입력: 2019/12/08 [05:56]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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